UX 디자이너가 반찬가게를 시작하게 된 배경
이 이야기는 2017~2019년도 스타트업에서 겪은 저희 팀의 이야기 입니다.
2017년 블록체인 시장이 한창 뜨거웠을 때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일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 블록체인 업계에서 한국에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웠고 어떻게든 한국에 광고를 하고 싶어 하던 때에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며 돈을 벌던 스타트업이었죠.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코인이 하락하면서 스타트업 회사도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남은 멤버들끼리 다시 의기투합하여 차기 사업을 준비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반찬가게였습니다.
그 당시 대표님의 장모님 요리 솜씨가 매우 뛰어나 그 맛에 반한 이유도 있었고 더반찬, 집밥연구소, 마켓 컬리 등 푸드 커머스 시장이 커지던 때라 희망차게 준비하였었습니다.
반찬가게 네이밍과 로고 디자인
브랜딩을 할 줄 모르는 멤버들끼리 브랜딩, 패키지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까지 고민하는 게 여간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반찬가게 브랜드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소비자들에게 반찬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정말 막막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네이밍을 정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가이드가 없기 때문에 준구 난방으로 이름을 뽑았고 그중에 2개를 추려서 투표에 붙였습니다. 아래는 네이밍과 네이밍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입니다.
후보 1. 반찬덕후
-팀원 A : 요즘 덕후의 이미지는 과거와 달리 부정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반찬덕후는 반찬을 사랑하고 깊이 연구하며 전문 지식을 지닌 사람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ㅣ
-팀원 B : 하지만 덕후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지는 않습니다. 매장 주 고객이 젊은 부모님들이 많다는 점에서 청결하지 못한 이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후보 2. 엄마상회
-팀원 C : 엄마의 느낌이 따뜻하고 정갈하다고 느껴집니다.
-팀원 D : 저희가 맨 처음 반찬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장모님의 음식을 먹고 시작하게 된 계기)와 맞아 좋습니다.
회의 결과 엄마상회란 이름으로 반찬가게 네이밍을 정하게 되었고 좀 더 살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만화 속에서 저희와 맞는 한 대사를 찾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가지 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숫자와 같습니다.
-식객- 허영만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 깔끔한 반찬을 키워드로 로고를 디자인하였고, 최대한 정갈함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은...
"엄마상회는 무슨 가게예요?"
이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중요한 걸 놓쳤구나..."
정갈함에만 신경 쓰다 보니 반찬가게임이 전혀 안 보였었습니다.
심지어 이쁜 카페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하고 너무 저희 생각에만 빠져 로고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레퍼런스를 찾아본 결과... 던킨도 과거에는 던킨도너츠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급한 데로 반찬가게라를 로고에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반찬용기도 A/B 테스트가 필요해!
다음 저희 팀에 주어진 미션은 반찬용기 디자인이였습니다. 반찬이 잘보이게 투명 용기를 사용하자고 합의를 보았고, 라벨 스티커로만 심플하게 디자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용기 사이즈였습니다. 같은 용량이더라도 어떤 용기에 담기냐에 따라 양이 달라보였으며, 같은 반찬이더라도 용기 모양에 따라 판매 수량이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게 되었고 용기를 반찬별로 템플릿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 반찬 내용물이 새 거나 고객의 손이 베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저희가 먼저 흔들어보고 손도 베여보고 하였었죠.
사용자 이탈을 막아라!!
한고비를 넘기고 사무실을 벗어나 매장에 나가보았습니다.
UX 디자인 때 현장에 나가 사용자들을 관찰했던 것처럼 매장에 나가 가만히 손님들을 관찰해보니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매장의 대부분 고객들은 젊은 부부들이었으며 항상 아이와 함께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가 보채기 시작하면 장보기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간다는 점이 커다란 이탈 포인트였습니다.
"아이를 잡아야 한다" 저희 팀에 큰 미션이었습니다. 그렇게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하던 중, 팀장님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였습니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는데요.
바로 아이가 오면 사탕을 하나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사탕을 먹느라 조용하였고 그제야 부모님들은 조용히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부모님들이 여유가 생기니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더군요.
사실 이부분만 해결하면 바로 구매로 연결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젊은 부부들 대부분은 깐깐했습니다. 이것저것 꼼꼼히 체크하며 직원들에게 질문을 쏟아내더군요.
반복된 질문을 줄이기!!
생각보다 매장에서 같은 질문을 대응하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가게에서 질문에 80%는 동일한 질문이였으며 매일 같은 질문을 대응하느라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었죠. 앱이였으면 챗봇, FAQ를 통해서 대응할텐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옥외 배너를 비롯한, 매장포스터, 매장 티셔츠에 고객이 궁금했던 답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반찬가게에서 발견한 UX
브랜딩을 하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이 모여 고민한 반찬가게에서 UX을 만나 신기하였습니다. 처음에 UX디자이너인 저희가 반찬가게를 하게되어 심적인 많은 고생을 하였지만 UX 방법론을 통하여 꾸역꾸역 해쳐나갈때 즐거움에 재밌게 운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코로나 + 체력적으로 지친 이유로인하여 반찬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어디에서도 얻지 못할 경험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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